"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브랜딩과 디자인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쓰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의장의 이 말은 브랜딩의 핵심을 정확하게 간파한 통찰입니다. 브랜드를 사업의 '결과'가 아닌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사업 활동은 그 브랜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차별화가 곧 생존의 열쇠인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중요한 관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 현실엔 안 맞아."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늘 다른 일이 더 급합니다. 자금 조달, 제품 개발, 투자 유치, 인재 채용... 이런 일들 앞에서 브랜딩은 언제나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브랜딩을 미룬 대가: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
이런 상황들,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아니 진짜... 우리가 2년 먼저 시작했는데, 작년에 출시한 경쟁사가 벌써 우리보다 인지도가 높네..."
"투자설명회 갔는데, 우리 기술이 확실히 더 앞서 있는 건 맞다고 하면서도 왜 저쪽만 주목하는 거지?"
"고객 피드백 보니까 가격도 더 저렴하고 기능은 두 배인데, 왜 고객들은 단순한 경쟁 제품을 더 선호하는 걸까?"
"우리 팀원들까지 '사실 저희가 먼저였는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더 무서운 건, 이런 일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분야 개척자"라고 자신했던 창업가들이 갑자기 "우리도 있었는데..."라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런 말들 뒤에는 공통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력과 제품력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브랜딩을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뤄두었다가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는 '비슷비슷한 제품 중 하나'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런 실수를 막기 위해 썼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가장 흔한 6가지 이유와, 그것이 어떻게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 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이유 1: "브랜딩은 대기업이나 하는 거 아닌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린 사람 뽑을 돈도 부족한데 브랜드에 돈 쓸 여유가 어디 있나? 그리고 브랜딩이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나?"
하지만 브랜딩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입니다:
이는 브랜딩을 '돈을 쓰는 활동'이자 '비용'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브랜딩은 돈이 아니라 방향과 일관성의 문제이며, 동시에 매출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당근마켓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기능이 부족했습니다. 검색 기능도 제한적이었고, 결제 시스템도 없었으며, 단순히 채팅으로만 거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중고거래 앱들보다 뒤떨어져 있었죠.
하지만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우리 동네 중고 직거래" 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세웠습니다. 단순히 '중고 거래'가 아니라, '동네 이웃과의 따뜻한 거래'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계했습니다.
앱 이름(당신 근처), 따뜻한 오렌지 컬러, '당근이' 캐릭터, '매너온도' 같은 독특한 용어들, “가깝고 따뜻한 당신의 근처를 만들어요"라는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따뜻한 동네 커뮤니티'라는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일관되게 구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들과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리멤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명함 관리라는 기본 기능에서 시작했지만,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해 성공으로 이끈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능 추가나 광고비 증액 대신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자원을 투입했죠.
단기적으로는 이런 브랜딩 활동들이 당장의 사용자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순한 명함 앱'에서 '전문적인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브랜드 인식이 달라졌고, 이러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채용 솔루션, 헤드헌팅 서비스, AI 기반 인재 매칭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2025년 2월 현재 리멤버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절반 수준을 누적 회원으로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브랜드가 있으면 고객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입소문과 추천이 늘어나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 이탈률이 낮아집니다.
김봉진 의장이 말한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브랜드는 거창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에서 시작됩니다. 그 방향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으로도 일관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가치가 결국 지속가능한 매출로 이어집니다.
👉 작은 회사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돈으로 인지도를 살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일관된 브랜드'라는 무기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유 2: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리는 기술력으로 승부 본다. 브랜드는 나중에 챙겨도 늦지 않다."
하지만 기술과 가격은 언제든 따라잡힙니다:
기술과 가격은 모방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모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기술적 차별화가 금세 사라집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는 둘 다 비슷한 숏폼 비디오 기술을 사용합니다. 편집 도구, 필터, 알고리즘까지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틱톡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 인스타그램은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의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술이지만 브랜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용 목적과 콘텐츠 문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가격 경쟁은 더욱 위험합니다. 가격으로만 경쟁하면 결국 모든 업체가 수익성을 잃습니다. 브랜드가 있어야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일수록, 브랜드가 차별화의 핵심 자산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이 브랜딩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보는 관점을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구로 접근하면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목적으로 접근하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기술은 복사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브랜드에서 나옵니다.
이유 3: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 뭐가 더 중요한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사업 전략은 명확한데 브랜드 전략까지 따로 세워야 하나?”
스타트업에게 둘은 하나여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 전략은 사업 전략의 상위 개념입니다. 브랜드 전략이 목적이라면, 사업 전략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둘은 사실상 하나로 움직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거나, 기존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명확한 목적에서 출발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투자자의 피드백을 받고, 경쟁사의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여러 차례 pivot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시행착오 과정에서 처음의 목적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수익성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으로 가야 하나?" "환경 문제 해결이 목표였는데, 투자자들이 수익 모델을 더 빨리 만들라고 하네?" 이런 고민들이 바로 브랜드 전략(목적)이 불분명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2000년대 후반 음악 산업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고, 기존 음악 서비스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튠즈는 '음악 구매', 판도라는 '개인화 라디오'에 집중했지만, 사용자들은 매번 곡을 구매하거나 제한적인 라디오 형태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당시 음악 산업의 변화 속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명확한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분명한 방향이 있었기에 '무제한 접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 전략을 일관되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구독 모델,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 팟캐스트 확장, 아티스트 직접 지원 등 모든 사업적 결정이 브랜드 전략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그 결과 단순한 '음악 구매' 플랫폼이나 '라디오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역량과 자금이라는 실탄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몇 번의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분명한 브랜드 전략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명확해집니다. "우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할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생깁니다.
반대로 브랜드 전략 없이 사업 전략에만 의존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번 시장 상황에 따라 방향이 바뀌고, 팀원들은 혼란스러워하며, 고객들은 "이 회사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에너지가 분산되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브랜드(목적)가 먼저 정해져야 사업(수단)의 방향이 명확해진다는 것. 특히 자원이 제한된 스타트업일수록 이 목적과 수단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스타트업에게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의 통합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유 4: "우리는 B2B라서 브랜딩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B2C와 달리 우리 고객은 기업이야. 감정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으로 구매하니까 브랜드보다는 기능과 성능이 중요하지."
하지만 B2B야말로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이는 B2B 비즈니스의 실제 작동 방식을 피상적으로 이해한 결과입니다. B2B 기업의 성공은 단순히 직접 고객인 기업만 만족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업 고객들은 결국 자신들의 고객, 즉 최종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만약 B2B 파트너가 최종 사용자들 사이에서 신뢰받고 선호되는 브랜드라면 기업 고객에게는 경쟁 우위를 안겨주는 핵심 자산이 됩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는 직접 고객이 기업들이지만, "AWS 기반으로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특히 스타트업들에게는 신뢰의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이나 최종 사용자들이 "AWS 쓰는 회사네, 안정적이겠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가격이 더 비싸도 AWS를 선택하게 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나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고객이지만, 최종 소비자들이 "이 전기차는 어떤 브랜드 배터리를 쓰는지"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배터리 브랜드 자체가 전기차 구매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파트너를 선택할 때 기술적 성능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B2B 기업들도 B2C 기업들과 다르지 않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브랜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AWS,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SK하이닉스 같은 B2B 기업들의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최종 사용자까지 고려한 브랜딩 활동의 일환입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B2B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층적 고객 관계의 구조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사업 성장의 기반이 됩니다.
👉 B2B든 B2C든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선택합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도 결국 사람이고, 그들 역시 신뢰할 수 있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합니다.
이유 5: "브랜딩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매출이나 사용자 수는 측정할 수 있는데, 브랜딩 효과는 어떻게 알 수 있나? ROI를 계산할 수 없으면 투자하기 어렵다."
측정은 가능합니다. 다만, 즉각적이지 않을 뿐입니다:
브랜딩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지만, 측정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조사나 고객 충성도 점수(NPS) 같은 직접적인 지표들을 통해 브랜드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고객 생애 가치(LTV)의 증가나 프리미엄 가격에 대한 수용도도 브랜드 효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더 나아가 자연 검색 트래픽의 증가, 소셜 미디어에서의 자발적 언급, 직접 추천을 통한 신규 고객 비율, 심지어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율까지도 강한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성과들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강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매출 성장률과 주가 수익률을 보입니다. 또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들이 경기 침체 때도 더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봉진 의장의 철학에서 핵심은 브랜딩을 단기적 ROI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장기적 자산이며,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증가합니다.
👉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복리 자산'입니다. 지금 시작할수록 복리 효과가 커집니다.
이유 6: "브랜딩 방법을 모르겠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브랜딩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문가를 고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브랜딩을 막연하고 복잡한 작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시작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거창한 전략 수립보다는 명확한 방향 설정이 먼저입니다.
다음 팀 미팅에서 1시간만 투자해 시작해 보세요:
1단계: 브랜드 선언문 만들기 (30분)
팀과 논의하여 다음 문장을 완성해 봅시다.
"우리는 ___을 통해 ___한 가치를 전달하는 ___한 브랜드다"
이 문장을 완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성입니다. 막연하고 포괄적인 표현보다는 우리만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예시:
"우리는 AI 번역 기술을 통해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을 실현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우리는 재활용 소재 활용을 통해 순환경제를 확산시키는 책임감 있는 브랜드다"
좋지 않은 예시: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No.1 브랜드다"
"우리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고객 만족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 브랜드다"
위의 좋은 않은 예시들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최첨단', '혁신적인', '더 나은 미래', 'No.1' 같은 표현들은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 의사결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기능을 추가해야 할까?"라고 고민할 때 "더 나은 미래"라는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좋은 예시들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이라는 가치가 명확하면, 새로운 기능이나 파트너십을 검토할 때 "이것이 언어 장벽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첫 번째 나침반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팀 전체가 참여하고, 공감하고, 합의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2단계: 바로 적용해보기 (20분)
이번 주 진행할 프로젝트나 의사결정 하나를 선택해서 "이것이 우리 브랜드 선언문과 일치하는가?"를 질문해 보세요. 제품 기능 하나, 마케팅 메시지 하나, 심지어 채용 공고 문구까지도 이 기준으로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3단계: 일관성 체크 (10분)
브랜드 선언문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가 세상에 내보내는 메시지들을 점검해보세요:
홈페이지 메인 카피: "혁신적인 솔루션"이라고 쓰여 있는데, 브랜드 선언문의 구체적 가치와 일치하나요?
SNS 프로필 소개: 브랜드 선언문에서 말하는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나요?
이메일 서명: 단순히 회사명만 있나요, 아니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담겨 있나요?
명함: 우리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 명함만 보고도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나요?
각 채널에서 동일한 핵심 메시지가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각 채널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팀 미팅에서 브랜드 선언문을 만들며 논의, 공감, 합의된 의미와 맥락에 비춰 맞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정교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의 말에서 "만들고 싶은 브랜드"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전략이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 비전이 있어야 모든 사업 활동이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완벽한 브랜딩을 기다리지 마세요. 명확한 방향부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결론: 브랜딩은 생존 전략입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6가지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이 모든 이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을 '부가적인 활동'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김봉진 의장의 말은 이런 관점을 뒤집습니다. 브랜딩은 부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업의 핵심이어야 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한 문장에 숨겨진 핵심 통찰은 이것입니다:
브랜드가 목적이고, 사업이 수단입니다.
브랜드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점입니다.
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스타트업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한된 자원, 치열한 경쟁,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장 시작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팀 회의에서 아래 질문을 던져보세요:
"우리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무엇을 잃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당신의 브랜드입니다.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의 스타트업은 수많은 경쟁사들 사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브랜딩은 사치가 아닙니다. 생존 전략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브랜딩과 디자인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쓰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의장의 이 말은 브랜딩의 핵심을 정확하게 간파한 통찰입니다. 브랜드를 사업의 '결과'가 아닌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사업 활동은 그 브랜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차별화가 곧 생존의 열쇠인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중요한 관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 현실엔 안 맞아."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늘 다른 일이 더 급합니다. 자금 조달, 제품 개발, 투자 유치, 인재 채용... 이런 일들 앞에서 브랜딩은 언제나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브랜딩을 미룬 대가: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
이런 상황들,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아니 진짜... 우리가 2년 먼저 시작했는데, 작년에 출시한 경쟁사가 벌써 우리보다 인지도가 높네..."
"투자설명회 갔는데, 우리 기술이 확실히 더 앞서 있는 건 맞다고 하면서도 왜 저쪽만 주목하는 거지?"
"고객 피드백 보니까 가격도 더 저렴하고 기능은 두 배인데, 왜 고객들은 단순한 경쟁 제품을 더 선호하는 걸까?"
"우리 팀원들까지 '사실 저희가 먼저였는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더 무서운 건, 이런 일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분야 개척자"라고 자신했던 창업가들이 갑자기 "우리도 있었는데..."라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런 말들 뒤에는 공통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력과 제품력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브랜딩을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뤄두었다가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는 '비슷비슷한 제품 중 하나'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런 실수를 막기 위해 썼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가장 흔한 6가지 이유와, 그것이 어떻게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 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이유 1: "브랜딩은 대기업이나 하는 거 아닌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린 사람 뽑을 돈도 부족한데 브랜드에 돈 쓸 여유가 어디 있나? 그리고 브랜딩이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나?"
하지만 브랜딩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입니다:
이는 브랜딩을 '돈을 쓰는 활동'이자 '비용'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브랜딩은 돈이 아니라 방향과 일관성의 문제이며, 동시에 매출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당근마켓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기능이 부족했습니다. 검색 기능도 제한적이었고, 결제 시스템도 없었으며, 단순히 채팅으로만 거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중고거래 앱들보다 뒤떨어져 있었죠.
하지만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우리 동네 중고 직거래" 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세웠습니다. 단순히 '중고 거래'가 아니라, '동네 이웃과의 따뜻한 거래'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계했습니다.
앱 이름(당신 근처), 따뜻한 오렌지 컬러, '당근이' 캐릭터, '매너온도' 같은 독특한 용어들, “가깝고 따뜻한 당신의 근처를 만들어요"라는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따뜻한 동네 커뮤니티'라는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일관되게 구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들과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리멤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명함 관리라는 기본 기능에서 시작했지만,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해 성공으로 이끈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능 추가나 광고비 증액 대신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자원을 투입했죠.
단기적으로는 이런 브랜딩 활동들이 당장의 사용자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순한 명함 앱'에서 '전문적인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브랜드 인식이 달라졌고, 이러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채용 솔루션, 헤드헌팅 서비스, AI 기반 인재 매칭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2025년 2월 현재 리멤버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절반 수준을 누적 회원으로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브랜드가 있으면 고객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입소문과 추천이 늘어나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 이탈률이 낮아집니다.
김봉진 의장이 말한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브랜드는 거창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에서 시작됩니다. 그 방향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으로도 일관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가치가 결국 지속가능한 매출로 이어집니다.
👉 작은 회사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돈으로 인지도를 살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일관된 브랜드'라는 무기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유 2: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리는 기술력으로 승부 본다. 브랜드는 나중에 챙겨도 늦지 않다."
하지만 기술과 가격은 언제든 따라잡힙니다:
기술과 가격은 모방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모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기술적 차별화가 금세 사라집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는 둘 다 비슷한 숏폼 비디오 기술을 사용합니다. 편집 도구, 필터, 알고리즘까지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틱톡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 인스타그램은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의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술이지만 브랜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용 목적과 콘텐츠 문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가격 경쟁은 더욱 위험합니다. 가격으로만 경쟁하면 결국 모든 업체가 수익성을 잃습니다. 브랜드가 있어야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일수록, 브랜드가 차별화의 핵심 자산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이 브랜딩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보는 관점을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구로 접근하면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목적으로 접근하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기술은 복사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브랜드에서 나옵니다.
이유 3: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 뭐가 더 중요한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사업 전략은 명확한데 브랜드 전략까지 따로 세워야 하나?”
스타트업에게 둘은 하나여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 전략은 사업 전략의 상위 개념입니다. 브랜드 전략이 목적이라면, 사업 전략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둘은 사실상 하나로 움직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거나, 기존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명확한 목적에서 출발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투자자의 피드백을 받고, 경쟁사의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여러 차례 pivot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시행착오 과정에서 처음의 목적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수익성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으로 가야 하나?" "환경 문제 해결이 목표였는데, 투자자들이 수익 모델을 더 빨리 만들라고 하네?" 이런 고민들이 바로 브랜드 전략(목적)이 불분명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2000년대 후반 음악 산업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고, 기존 음악 서비스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튠즈는 '음악 구매', 판도라는 '개인화 라디오'에 집중했지만, 사용자들은 매번 곡을 구매하거나 제한적인 라디오 형태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당시 음악 산업의 변화 속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명확한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분명한 방향이 있었기에 '무제한 접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 전략을 일관되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구독 모델,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 팟캐스트 확장, 아티스트 직접 지원 등 모든 사업적 결정이 브랜드 전략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그 결과 단순한 '음악 구매' 플랫폼이나 '라디오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역량과 자금이라는 실탄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몇 번의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분명한 브랜드 전략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명확해집니다. "우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할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생깁니다.
반대로 브랜드 전략 없이 사업 전략에만 의존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번 시장 상황에 따라 방향이 바뀌고, 팀원들은 혼란스러워하며, 고객들은 "이 회사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에너지가 분산되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브랜드(목적)가 먼저 정해져야 사업(수단)의 방향이 명확해진다는 것. 특히 자원이 제한된 스타트업일수록 이 목적과 수단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스타트업에게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의 통합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유 4: "우리는 B2B라서 브랜딩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B2C와 달리 우리 고객은 기업이야. 감정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으로 구매하니까 브랜드보다는 기능과 성능이 중요하지."
하지만 B2B야말로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이는 B2B 비즈니스의 실제 작동 방식을 피상적으로 이해한 결과입니다. B2B 기업의 성공은 단순히 직접 고객인 기업만 만족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업 고객들은 결국 자신들의 고객, 즉 최종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만약 B2B 파트너가 최종 사용자들 사이에서 신뢰받고 선호되는 브랜드라면 기업 고객에게는 경쟁 우위를 안겨주는 핵심 자산이 됩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는 직접 고객이 기업들이지만, "AWS 기반으로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특히 스타트업들에게는 신뢰의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이나 최종 사용자들이 "AWS 쓰는 회사네, 안정적이겠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가격이 더 비싸도 AWS를 선택하게 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나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고객이지만, 최종 소비자들이 "이 전기차는 어떤 브랜드 배터리를 쓰는지"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배터리 브랜드 자체가 전기차 구매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파트너를 선택할 때 기술적 성능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B2B 기업들도 B2C 기업들과 다르지 않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브랜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AWS,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SK하이닉스 같은 B2B 기업들의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최종 사용자까지 고려한 브랜딩 활동의 일환입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B2B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층적 고객 관계의 구조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사업 성장의 기반이 됩니다.
👉 B2B든 B2C든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선택합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도 결국 사람이고, 그들 역시 신뢰할 수 있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합니다.
이유 5: "브랜딩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매출이나 사용자 수는 측정할 수 있는데, 브랜딩 효과는 어떻게 알 수 있나? ROI를 계산할 수 없으면 투자하기 어렵다."
측정은 가능합니다. 다만, 즉각적이지 않을 뿐입니다:
브랜딩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지만, 측정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조사나 고객 충성도 점수(NPS) 같은 직접적인 지표들을 통해 브랜드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고객 생애 가치(LTV)의 증가나 프리미엄 가격에 대한 수용도도 브랜드 효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더 나아가 자연 검색 트래픽의 증가, 소셜 미디어에서의 자발적 언급, 직접 추천을 통한 신규 고객 비율, 심지어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율까지도 강한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성과들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강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매출 성장률과 주가 수익률을 보입니다. 또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들이 경기 침체 때도 더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봉진 의장의 철학에서 핵심은 브랜딩을 단기적 ROI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장기적 자산이며,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증가합니다.
👉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복리 자산'입니다. 지금 시작할수록 복리 효과가 커집니다.
이유 6: "브랜딩 방법을 모르겠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브랜딩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문가를 고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브랜딩을 막연하고 복잡한 작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시작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거창한 전략 수립보다는 명확한 방향 설정이 먼저입니다.
다음 팀 미팅에서 1시간만 투자해 시작해 보세요:
1단계: 브랜드 선언문 만들기 (30분)
팀과 논의하여 다음 문장을 완성해 봅시다.
"우리는 ___을 통해 ___한 가치를 전달하는 ___한 브랜드다"
이 문장을 완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성입니다. 막연하고 포괄적인 표현보다는 우리만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예시:
"우리는 AI 번역 기술을 통해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을 실현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우리는 재활용 소재 활용을 통해 순환경제를 확산시키는 책임감 있는 브랜드다"
좋지 않은 예시: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No.1 브랜드다"
"우리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고객 만족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 브랜드다"
위의 좋은 않은 예시들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최첨단', '혁신적인', '더 나은 미래', 'No.1' 같은 표현들은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 의사결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기능을 추가해야 할까?"라고 고민할 때 "더 나은 미래"라는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좋은 예시들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이라는 가치가 명확하면, 새로운 기능이나 파트너십을 검토할 때 "이것이 언어 장벽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첫 번째 나침반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팀 전체가 참여하고, 공감하고, 합의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2단계: 바로 적용해보기 (20분)
이번 주 진행할 프로젝트나 의사결정 하나를 선택해서 "이것이 우리 브랜드 선언문과 일치하는가?"를 질문해 보세요. 제품 기능 하나, 마케팅 메시지 하나, 심지어 채용 공고 문구까지도 이 기준으로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3단계: 일관성 체크 (10분)
브랜드 선언문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가 세상에 내보내는 메시지들을 점검해보세요:
홈페이지 메인 카피: "혁신적인 솔루션"이라고 쓰여 있는데, 브랜드 선언문의 구체적 가치와 일치하나요?
SNS 프로필 소개: 브랜드 선언문에서 말하는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나요?
이메일 서명: 단순히 회사명만 있나요, 아니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담겨 있나요?
명함: 우리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 명함만 보고도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나요?
각 채널에서 동일한 핵심 메시지가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각 채널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팀 미팅에서 브랜드 선언문을 만들며 논의, 공감, 합의된 의미와 맥락에 비춰 맞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정교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의 말에서 "만들고 싶은 브랜드"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전략이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 비전이 있어야 모든 사업 활동이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완벽한 브랜딩을 기다리지 마세요. 명확한 방향부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결론: 브랜딩은 생존 전략입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6가지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이 모든 이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을 '부가적인 활동'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김봉진 의장의 말은 이런 관점을 뒤집습니다. 브랜딩은 부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업의 핵심이어야 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한 문장에 숨겨진 핵심 통찰은 이것입니다:
브랜드가 목적이고, 사업이 수단입니다.
브랜드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점입니다.
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스타트업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한된 자원, 치열한 경쟁,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장 시작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팀 회의에서 아래 질문을 던져보세요:
"우리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무엇을 잃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당신의 브랜드입니다.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의 스타트업은 수많은 경쟁사들 사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브랜딩은 사치가 아닙니다. 생존 전략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브랜딩과 디자인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쓰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의장의 이 말은 브랜딩의 핵심을 정확하게 간파한 통찰입니다. 브랜드를 사업의 '결과'가 아닌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사업 활동은 그 브랜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차별화가 곧 생존의 열쇠인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중요한 관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 현실엔 안 맞아."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늘 다른 일이 더 급합니다. 자금 조달, 제품 개발, 투자 유치, 인재 채용... 이런 일들 앞에서 브랜딩은 언제나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브랜딩을 미룬 대가: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
이런 상황들,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아니 진짜... 우리가 2년 먼저 시작했는데, 작년에 출시한 경쟁사가 벌써 우리보다 인지도가 높네..."
"투자설명회 갔는데, 우리 기술이 확실히 더 앞서 있는 건 맞다고 하면서도 왜 저쪽만 주목하는 거지?"
"고객 피드백 보니까 가격도 더 저렴하고 기능은 두 배인데, 왜 고객들은 단순한 경쟁 제품을 더 선호하는 걸까?"
"우리 팀원들까지 '사실 저희가 먼저였는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더 무서운 건, 이런 일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분야 개척자"라고 자신했던 창업가들이 갑자기 "우리도 있었는데..."라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런 말들 뒤에는 공통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력과 제품력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브랜딩을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뤄두었다가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는 '비슷비슷한 제품 중 하나'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런 실수를 막기 위해 썼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가장 흔한 6가지 이유와, 그것이 어떻게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 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이유 1: "브랜딩은 대기업이나 하는 거 아닌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린 사람 뽑을 돈도 부족한데 브랜드에 돈 쓸 여유가 어디 있나? 그리고 브랜딩이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나?"
하지만 브랜딩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입니다:
이는 브랜딩을 '돈을 쓰는 활동'이자 '비용'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브랜딩은 돈이 아니라 방향과 일관성의 문제이며, 동시에 매출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당근마켓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기능이 부족했습니다. 검색 기능도 제한적이었고, 결제 시스템도 없었으며, 단순히 채팅으로만 거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중고거래 앱들보다 뒤떨어져 있었죠.
하지만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우리 동네 중고 직거래" 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세웠습니다. 단순히 '중고 거래'가 아니라, '동네 이웃과의 따뜻한 거래'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계했습니다.
앱 이름(당신 근처), 따뜻한 오렌지 컬러, '당근이' 캐릭터, '매너온도' 같은 독특한 용어들, “가깝고 따뜻한 당신의 근처를 만들어요"라는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따뜻한 동네 커뮤니티'라는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일관되게 구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들과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리멤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명함 관리라는 기본 기능에서 시작했지만,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해 성공으로 이끈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능 추가나 광고비 증액 대신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자원을 투입했죠.
단기적으로는 이런 브랜딩 활동들이 당장의 사용자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순한 명함 앱'에서 '전문적인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브랜드 인식이 달라졌고, 이러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채용 솔루션, 헤드헌팅 서비스, AI 기반 인재 매칭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2025년 2월 현재 리멤버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절반 수준을 누적 회원으로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브랜드가 있으면 고객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입소문과 추천이 늘어나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 이탈률이 낮아집니다.
김봉진 의장이 말한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브랜드는 거창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에서 시작됩니다. 그 방향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으로도 일관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가치가 결국 지속가능한 매출로 이어집니다.
👉 작은 회사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돈으로 인지도를 살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일관된 브랜드'라는 무기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유 2: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리는 기술력으로 승부 본다. 브랜드는 나중에 챙겨도 늦지 않다."
하지만 기술과 가격은 언제든 따라잡힙니다:
기술과 가격은 모방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모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기술적 차별화가 금세 사라집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는 둘 다 비슷한 숏폼 비디오 기술을 사용합니다. 편집 도구, 필터, 알고리즘까지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틱톡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 인스타그램은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의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술이지만 브랜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용 목적과 콘텐츠 문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가격 경쟁은 더욱 위험합니다. 가격으로만 경쟁하면 결국 모든 업체가 수익성을 잃습니다. 브랜드가 있어야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일수록, 브랜드가 차별화의 핵심 자산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이 브랜딩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보는 관점을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구로 접근하면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목적으로 접근하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기술은 복사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브랜드에서 나옵니다.
이유 3: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 뭐가 더 중요한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사업 전략은 명확한데 브랜드 전략까지 따로 세워야 하나?”
스타트업에게 둘은 하나여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 전략은 사업 전략의 상위 개념입니다. 브랜드 전략이 목적이라면, 사업 전략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둘은 사실상 하나로 움직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거나, 기존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명확한 목적에서 출발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투자자의 피드백을 받고, 경쟁사의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여러 차례 pivot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시행착오 과정에서 처음의 목적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수익성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으로 가야 하나?" "환경 문제 해결이 목표였는데, 투자자들이 수익 모델을 더 빨리 만들라고 하네?" 이런 고민들이 바로 브랜드 전략(목적)이 불분명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2000년대 후반 음악 산업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고, 기존 음악 서비스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튠즈는 '음악 구매', 판도라는 '개인화 라디오'에 집중했지만, 사용자들은 매번 곡을 구매하거나 제한적인 라디오 형태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당시 음악 산업의 변화 속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명확한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분명한 방향이 있었기에 '무제한 접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 전략을 일관되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구독 모델,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 팟캐스트 확장, 아티스트 직접 지원 등 모든 사업적 결정이 브랜드 전략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그 결과 단순한 '음악 구매' 플랫폼이나 '라디오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역량과 자금이라는 실탄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몇 번의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분명한 브랜드 전략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명확해집니다. "우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할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생깁니다.
반대로 브랜드 전략 없이 사업 전략에만 의존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번 시장 상황에 따라 방향이 바뀌고, 팀원들은 혼란스러워하며, 고객들은 "이 회사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에너지가 분산되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브랜드(목적)가 먼저 정해져야 사업(수단)의 방향이 명확해진다는 것. 특히 자원이 제한된 스타트업일수록 이 목적과 수단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스타트업에게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의 통합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유 4: "우리는 B2B라서 브랜딩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B2C와 달리 우리 고객은 기업이야. 감정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으로 구매하니까 브랜드보다는 기능과 성능이 중요하지."
하지만 B2B야말로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이는 B2B 비즈니스의 실제 작동 방식을 피상적으로 이해한 결과입니다. B2B 기업의 성공은 단순히 직접 고객인 기업만 만족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업 고객들은 결국 자신들의 고객, 즉 최종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만약 B2B 파트너가 최종 사용자들 사이에서 신뢰받고 선호되는 브랜드라면 기업 고객에게는 경쟁 우위를 안겨주는 핵심 자산이 됩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는 직접 고객이 기업들이지만, "AWS 기반으로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특히 스타트업들에게는 신뢰의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이나 최종 사용자들이 "AWS 쓰는 회사네, 안정적이겠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가격이 더 비싸도 AWS를 선택하게 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나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고객이지만, 최종 소비자들이 "이 전기차는 어떤 브랜드 배터리를 쓰는지"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배터리 브랜드 자체가 전기차 구매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파트너를 선택할 때 기술적 성능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B2B 기업들도 B2C 기업들과 다르지 않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브랜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AWS,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SK하이닉스 같은 B2B 기업들의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최종 사용자까지 고려한 브랜딩 활동의 일환입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B2B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층적 고객 관계의 구조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사업 성장의 기반이 됩니다.
👉 B2B든 B2C든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선택합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도 결국 사람이고, 그들 역시 신뢰할 수 있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합니다.
이유 5: "브랜딩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매출이나 사용자 수는 측정할 수 있는데, 브랜딩 효과는 어떻게 알 수 있나? ROI를 계산할 수 없으면 투자하기 어렵다."
측정은 가능합니다. 다만, 즉각적이지 않을 뿐입니다:
브랜딩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지만, 측정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조사나 고객 충성도 점수(NPS) 같은 직접적인 지표들을 통해 브랜드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고객 생애 가치(LTV)의 증가나 프리미엄 가격에 대한 수용도도 브랜드 효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더 나아가 자연 검색 트래픽의 증가, 소셜 미디어에서의 자발적 언급, 직접 추천을 통한 신규 고객 비율, 심지어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율까지도 강한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성과들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강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매출 성장률과 주가 수익률을 보입니다. 또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들이 경기 침체 때도 더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봉진 의장의 철학에서 핵심은 브랜딩을 단기적 ROI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장기적 자산이며,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증가합니다.
👉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복리 자산'입니다. 지금 시작할수록 복리 효과가 커집니다.
이유 6: "브랜딩 방법을 모르겠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브랜딩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문가를 고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브랜딩을 막연하고 복잡한 작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시작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거창한 전략 수립보다는 명확한 방향 설정이 먼저입니다.
다음 팀 미팅에서 1시간만 투자해 시작해 보세요:
1단계: 브랜드 선언문 만들기 (30분)
팀과 논의하여 다음 문장을 완성해 봅시다.
"우리는 ___을 통해 ___한 가치를 전달하는 ___한 브랜드다"
이 문장을 완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성입니다. 막연하고 포괄적인 표현보다는 우리만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예시:
"우리는 AI 번역 기술을 통해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을 실현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우리는 재활용 소재 활용을 통해 순환경제를 확산시키는 책임감 있는 브랜드다"
좋지 않은 예시: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No.1 브랜드다"
"우리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고객 만족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 브랜드다"
위의 좋은 않은 예시들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최첨단', '혁신적인', '더 나은 미래', 'No.1' 같은 표현들은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 의사결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기능을 추가해야 할까?"라고 고민할 때 "더 나은 미래"라는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좋은 예시들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이라는 가치가 명확하면, 새로운 기능이나 파트너십을 검토할 때 "이것이 언어 장벽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첫 번째 나침반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팀 전체가 참여하고, 공감하고, 합의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2단계: 바로 적용해보기 (20분)
이번 주 진행할 프로젝트나 의사결정 하나를 선택해서 "이것이 우리 브랜드 선언문과 일치하는가?"를 질문해 보세요. 제품 기능 하나, 마케팅 메시지 하나, 심지어 채용 공고 문구까지도 이 기준으로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3단계: 일관성 체크 (10분)
브랜드 선언문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가 세상에 내보내는 메시지들을 점검해보세요:
홈페이지 메인 카피: "혁신적인 솔루션"이라고 쓰여 있는데, 브랜드 선언문의 구체적 가치와 일치하나요?
SNS 프로필 소개: 브랜드 선언문에서 말하는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나요?
이메일 서명: 단순히 회사명만 있나요, 아니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담겨 있나요?
명함: 우리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 명함만 보고도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나요?
각 채널에서 동일한 핵심 메시지가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각 채널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팀 미팅에서 브랜드 선언문을 만들며 논의, 공감, 합의된 의미와 맥락에 비춰 맞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정교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의 말에서 "만들고 싶은 브랜드"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전략이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 비전이 있어야 모든 사업 활동이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완벽한 브랜딩을 기다리지 마세요. 명확한 방향부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결론: 브랜딩은 생존 전략입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6가지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이 모든 이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을 '부가적인 활동'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김봉진 의장의 말은 이런 관점을 뒤집습니다. 브랜딩은 부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업의 핵심이어야 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한 문장에 숨겨진 핵심 통찰은 이것입니다:
브랜드가 목적이고, 사업이 수단입니다.
브랜드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점입니다.
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스타트업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한된 자원, 치열한 경쟁,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장 시작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팀 회의에서 아래 질문을 던져보세요:
"우리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무엇을 잃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당신의 브랜드입니다.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의 스타트업은 수많은 경쟁사들 사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브랜딩은 사치가 아닙니다. 생존 전략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브랜딩과 디자인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쓰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의장의 이 말은 브랜딩의 핵심을 정확하게 간파한 통찰입니다. 브랜드를 사업의 '결과'가 아닌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사업 활동은 그 브랜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차별화가 곧 생존의 열쇠인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중요한 관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 현실엔 안 맞아."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늘 다른 일이 더 급합니다. 자금 조달, 제품 개발, 투자 유치, 인재 채용... 이런 일들 앞에서 브랜딩은 언제나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브랜딩을 미룬 대가: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
이런 상황들,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아니 진짜... 우리가 2년 먼저 시작했는데, 작년에 출시한 경쟁사가 벌써 우리보다 인지도가 높네..."
"투자설명회 갔는데, 우리 기술이 확실히 더 앞서 있는 건 맞다고 하면서도 왜 저쪽만 주목하는 거지?"
"고객 피드백 보니까 가격도 더 저렴하고 기능은 두 배인데, 왜 고객들은 단순한 경쟁 제품을 더 선호하는 걸까?"
"우리 팀원들까지 '사실 저희가 먼저였는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더 무서운 건, 이런 일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분야 개척자"라고 자신했던 창업가들이 갑자기 "우리도 있었는데..."라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런 말들 뒤에는 공통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력과 제품력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브랜딩을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뤄두었다가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는 '비슷비슷한 제품 중 하나'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런 실수를 막기 위해 썼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가장 흔한 6가지 이유와, 그것이 어떻게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이 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이유 1: "브랜딩은 대기업이나 하는 거 아닌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린 사람 뽑을 돈도 부족한데 브랜드에 돈 쓸 여유가 어디 있나? 그리고 브랜딩이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나?"
하지만 브랜딩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입니다:
이는 브랜딩을 '돈을 쓰는 활동'이자 '비용'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브랜딩은 돈이 아니라 방향과 일관성의 문제이며, 동시에 매출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당근마켓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기능이 부족했습니다. 검색 기능도 제한적이었고, 결제 시스템도 없었으며, 단순히 채팅으로만 거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중고거래 앱들보다 뒤떨어져 있었죠.
하지만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우리 동네 중고 직거래" 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세웠습니다. 단순히 '중고 거래'가 아니라, '동네 이웃과의 따뜻한 거래'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계했습니다.
앱 이름(당신 근처), 따뜻한 오렌지 컬러, '당근이' 캐릭터, '매너온도' 같은 독특한 용어들, “가깝고 따뜻한 당신의 근처를 만들어요"라는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따뜻한 동네 커뮤니티'라는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일관되게 구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들과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리멤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명함 관리라는 기본 기능에서 시작했지만,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해 성공으로 이끈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능 추가나 광고비 증액 대신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자원을 투입했죠.
단기적으로는 이런 브랜딩 활동들이 당장의 사용자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순한 명함 앱'에서 '전문적인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브랜드 인식이 달라졌고, 이러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채용 솔루션, 헤드헌팅 서비스, AI 기반 인재 매칭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2025년 2월 현재 리멤버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절반 수준을 누적 회원으로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브랜드가 있으면 고객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입소문과 추천이 늘어나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 이탈률이 낮아집니다.
김봉진 의장이 말한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브랜드는 거창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에서 시작됩니다. 그 방향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으로도 일관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가치가 결국 지속가능한 매출로 이어집니다.
👉 작은 회사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돈으로 인지도를 살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일관된 브랜드'라는 무기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유 2: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우리는 기술력으로 승부 본다. 브랜드는 나중에 챙겨도 늦지 않다."
하지만 기술과 가격은 언제든 따라잡힙니다:
기술과 가격은 모방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모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기술적 차별화가 금세 사라집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는 둘 다 비슷한 숏폼 비디오 기술을 사용합니다. 편집 도구, 필터, 알고리즘까지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틱톡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 인스타그램은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의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술이지만 브랜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용 목적과 콘텐츠 문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가격 경쟁은 더욱 위험합니다. 가격으로만 경쟁하면 결국 모든 업체가 수익성을 잃습니다. 브랜드가 있어야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일수록, 브랜드가 차별화의 핵심 자산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이 브랜딩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보는 관점을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구로 접근하면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목적으로 접근하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기술은 복사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브랜드에서 나옵니다.
이유 3: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 뭐가 더 중요한가?"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사업 전략은 명확한데 브랜드 전략까지 따로 세워야 하나?”
스타트업에게 둘은 하나여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 전략은 사업 전략의 상위 개념입니다. 브랜드 전략이 목적이라면, 사업 전략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둘은 사실상 하나로 움직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거나, 기존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명확한 목적에서 출발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투자자의 피드백을 받고, 경쟁사의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여러 차례 pivot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시행착오 과정에서 처음의 목적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수익성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으로 가야 하나?" "환경 문제 해결이 목표였는데, 투자자들이 수익 모델을 더 빨리 만들라고 하네?" 이런 고민들이 바로 브랜드 전략(목적)이 불분명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2000년대 후반 음악 산업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고, 기존 음악 서비스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튠즈는 '음악 구매', 판도라는 '개인화 라디오'에 집중했지만, 사용자들은 매번 곡을 구매하거나 제한적인 라디오 형태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당시 음악 산업의 변화 속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명확한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분명한 방향이 있었기에 '무제한 접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 전략을 일관되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구독 모델,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 팟캐스트 확장, 아티스트 직접 지원 등 모든 사업적 결정이 브랜드 전략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그 결과 단순한 '음악 구매' 플랫폼이나 '라디오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역량과 자금이라는 실탄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몇 번의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분명한 브랜드 전략이 있어야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명확해집니다. "우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할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생깁니다.
반대로 브랜드 전략 없이 사업 전략에만 의존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번 시장 상황에 따라 방향이 바뀌고, 팀원들은 혼란스러워하며, 고객들은 "이 회사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에너지가 분산되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브랜드(목적)가 먼저 정해져야 사업(수단)의 방향이 명확해진다는 것. 특히 자원이 제한된 스타트업일수록 이 목적과 수단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스타트업에게 브랜드 전략과 사업 전략의 통합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유 4: "우리는 B2B라서 브랜딩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B2C와 달리 우리 고객은 기업이야. 감정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으로 구매하니까 브랜드보다는 기능과 성능이 중요하지."
하지만 B2B야말로 브랜딩이 더 중요합니다:
이는 B2B 비즈니스의 실제 작동 방식을 피상적으로 이해한 결과입니다. B2B 기업의 성공은 단순히 직접 고객인 기업만 만족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업 고객들은 결국 자신들의 고객, 즉 최종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만약 B2B 파트너가 최종 사용자들 사이에서 신뢰받고 선호되는 브랜드라면 기업 고객에게는 경쟁 우위를 안겨주는 핵심 자산이 됩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는 직접 고객이 기업들이지만, "AWS 기반으로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특히 스타트업들에게는 신뢰의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이나 최종 사용자들이 "AWS 쓰는 회사네, 안정적이겠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가격이 더 비싸도 AWS를 선택하게 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나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고객이지만, 최종 소비자들이 "이 전기차는 어떤 브랜드 배터리를 쓰는지"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배터리 브랜드 자체가 전기차 구매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파트너를 선택할 때 기술적 성능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B2B 기업들도 B2C 기업들과 다르지 않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브랜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AWS,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SK하이닉스 같은 B2B 기업들의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최종 사용자까지 고려한 브랜딩 활동의 일환입니다.
김봉진 의장의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B2B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층적 고객 관계의 구조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사업 성장의 기반이 됩니다.
👉 B2B든 B2C든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선택합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도 결국 사람이고, 그들 역시 신뢰할 수 있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합니다.
이유 5: "브랜딩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나?"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매출이나 사용자 수는 측정할 수 있는데, 브랜딩 효과는 어떻게 알 수 있나? ROI를 계산할 수 없으면 투자하기 어렵다."
측정은 가능합니다. 다만, 즉각적이지 않을 뿐입니다:
브랜딩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지만, 측정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조사나 고객 충성도 점수(NPS) 같은 직접적인 지표들을 통해 브랜드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고객 생애 가치(LTV)의 증가나 프리미엄 가격에 대한 수용도도 브랜드 효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더 나아가 자연 검색 트래픽의 증가, 소셜 미디어에서의 자발적 언급, 직접 추천을 통한 신규 고객 비율, 심지어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율까지도 강한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성과들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강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매출 성장률과 주가 수익률을 보입니다. 또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들이 경기 침체 때도 더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봉진 의장의 철학에서 핵심은 브랜딩을 단기적 ROI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장기적 자산이며,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증가합니다.
👉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복리 자산'입니다. 지금 시작할수록 복리 효과가 커집니다.
이유 6: "브랜딩 방법을 모르겠다"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 "브랜딩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문가를 고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브랜딩을 막연하고 복잡한 작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시작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거창한 전략 수립보다는 명확한 방향 설정이 먼저입니다.
다음 팀 미팅에서 1시간만 투자해 시작해 보세요:
1단계: 브랜드 선언문 만들기 (30분)
팀과 논의하여 다음 문장을 완성해 봅시다.
"우리는 ___을 통해 ___한 가치를 전달하는 ___한 브랜드다"
이 문장을 완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성입니다. 막연하고 포괄적인 표현보다는 우리만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예시:
"우리는 AI 번역 기술을 통해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을 실현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우리는 재활용 소재 활용을 통해 순환경제를 확산시키는 책임감 있는 브랜드다"
좋지 않은 예시: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No.1 브랜드다"
"우리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고객 만족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 브랜드다"
위의 좋은 않은 예시들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최첨단', '혁신적인', '더 나은 미래', 'No.1' 같은 표현들은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 의사결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기능을 추가해야 할까?"라고 고민할 때 "더 나은 미래"라는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좋은 예시들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언어 장벽 없는 소통"이라는 가치가 명확하면, 새로운 기능이나 파트너십을 검토할 때 "이것이 언어 장벽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첫 번째 나침반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팀 전체가 참여하고, 공감하고, 합의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2단계: 바로 적용해보기 (20분)
이번 주 진행할 프로젝트나 의사결정 하나를 선택해서 "이것이 우리 브랜드 선언문과 일치하는가?"를 질문해 보세요. 제품 기능 하나, 마케팅 메시지 하나, 심지어 채용 공고 문구까지도 이 기준으로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3단계: 일관성 체크 (10분)
브랜드 선언문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가 세상에 내보내는 메시지들을 점검해보세요:
홈페이지 메인 카피: "혁신적인 솔루션"이라고 쓰여 있는데, 브랜드 선언문의 구체적 가치와 일치하나요?
SNS 프로필 소개: 브랜드 선언문에서 말하는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나요?
이메일 서명: 단순히 회사명만 있나요, 아니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담겨 있나요?
명함: 우리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 명함만 보고도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나요?
각 채널에서 동일한 핵심 메시지가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각 채널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팀 미팅에서 브랜드 선언문을 만들며 논의, 공감, 합의된 의미와 맥락에 비춰 맞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정교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김봉진 의장의 말에서 "만들고 싶은 브랜드"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전략이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 비전이 있어야 모든 사업 활동이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완벽한 브랜딩을 기다리지 마세요. 명확한 방향부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결론: 브랜딩은 생존 전략입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대표들이 브랜딩을 미루는 6가지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이 모든 이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을 '부가적인 활동'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김봉진 의장의 말은 이런 관점을 뒤집습니다. 브랜딩은 부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업의 핵심이어야 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한 문장에 숨겨진 핵심 통찰은 이것입니다:
브랜드가 목적이고, 사업이 수단입니다.
브랜드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점입니다.
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스타트업일수록 브랜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한된 자원, 치열한 경쟁,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만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장 시작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팀 회의에서 아래 질문을 던져보세요:
"우리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무엇을 잃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당신의 브랜드입니다.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의 스타트업은 수많은 경쟁사들 사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브랜딩은 사치가 아닙니다. 생존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