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일상 | 동굴 속 사람들

202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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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사람들

변화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변화 속에 살고, 종국에는 그 모든 변화에 적응해왔죠.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하나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참고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프리퍼드는 매년 한해 동안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경향성으로, “트렌드”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 2024년은 “불편유발사회”로 정의되었습니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자연 재해, 물가 상승, 새롭게 요구되는 생활 양식 등은 사람들의 매일을 더 힘들게 합니다. 나무위키에는 <2024년 한반도 폭우 사태>라는 문서가 새로이 등장했습니다. 단기간에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특히 중부권을 중심으로 평년치를 훨씬 웃도는 강수량이 기록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또 어떤가요? 올 겨울은 역대급 추위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들리는가 하면, 12월을 제외하면 포근한 겨울이 될 거라는 예보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팽배한 분열 역시 “불편유발사회”를 유발하는, 주요한 맥락으로 꼽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력을 키우고 누군가를 “나락으로 보내 버릴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논란거리에 대한 각 세력(!)의 날 선 대립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 속에서도 진영의 대립은 멈추지 않았으며,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며 읽지도 않을 책을 “과시용”으로 구매한다는 비아냥을 던지는 사람들은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연대하는 한편, 극렬하게 혐오합니다.

 “불편유발사회”를 정의하며 마지막으로 주목했던 것은 한계치 없이 자극적인 뉴스입니다. 사람들은 “뉴스”라는 것을 통해 누군가의 녹취록을 매일 듣고, 선명한 화질의 블랙박스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장면이란 거칠 것 없이 생생하게 두렵고 불쾌한 것들이라서 하루 종일 속이 얹힌 것 마냥 괴롭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진득히 들러붙어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좁히고 한 세대 전체를, 특정 직업군 전체를 일반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HEART”라는 단어로 압축하였었습니다.


2025년은 “동굴 속 사람들”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깊고, 안온한 세계

살짝 관심을 보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디깅(Digging)의 길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선생님 덕에 새로운 취향을 가지기도 참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시간 내어 어디를 찾아가지 않아도 요리도, 위스키도, 하다 못해 손뜨개도 누구나 척척 배울 수 있고요. 오늘 회사에서 겪은 찜찜한 일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봅니다. 주변에 전문가 지인이 없어도 SNS에서 “무물”하여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미, 정보, 하다 못해 진심 어린 공감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여 오히려 이 경계를 짚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세상”의 반경은 어떤 니즈에도 한계가 없을 만큼 넓고 광범위해졌습니다.

알고리즘 선생님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는 “캔슬컬처”는 우리의 디지털 세상을 한결 우호적으로 만듭니다. “언팔”, “뮤트”, “차단”, “관심없음”, “추천안함” 등을 통해 나의 관심사와는 상관없는 것부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 내가 지지하는 것과 반대의 지점에 있는 사람들을 너무도 간단하게 손절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 들고, 관심 없거나 싫은 것들은 단절시킬 수 있는 나만의 안온한 세상에 사람들은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극의 N극과 S극이 있는 것처럼, 아니 N극과 S극만이 있는 것처럼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찰싹 달라붙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를 만들 수 있고, 반대의 사람들과는 절대 섞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굴 속에서도 나는 가장 돋보이고 싶다

사람들은 성별, 나이, 직업 등 사회적 규정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인스타그램 돋보기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어색한 첫만남의 물꼬를 트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덕밍아웃”이 추천됩니다. SNS 이용자 수는 해마다 유의미하게 늘어나고 있지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세대별 SNS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의 90.6%가, 87.2%의 Z세대가, 65.3%의 X세대가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4분의 1(24.2%)도 SNS를 이용 중이라고 하네요. SNS 팔로워 수와 좋아요, 댓글의 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더 많은 “좋아요”를 좇아 모두가 잠정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세상입니다. <Z세대의 SNS 이용행동과 외모표현방식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MZ세대에게 SNS의 의미는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데 있는데 특히 자신의 외모, 소유물, 라이프스타일 등 남들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드러내는 ‘자기과시 동기’가 크고, 최근에는 개인의 생각과 의견, 가치 있는 순간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기노출 동기’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셀프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젠 제법 지루해진 MBTI의 뒤를 이어 뱅크샐러드의 유전자/미생물 검사가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심리검사, 뷰티 컨설팅 등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내가 입고, 먹고, 시간을 보내는 곳은 물론 나노 단위로 쪼개 본 나라는 사람의 특성, 더하여 나의 가치관을 소리 높여 주장함으로써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어합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SNS에 몰두하는 것. 이러한 현상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관련된 마케팅 용어만도 수도 없을 만큼 수년 전부터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알고, 어쩌면 당연한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이 현상들이 고도화되며 사람들의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고 이는 브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견고한 동굴 속에 있지만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선망 받기를, 더 나아가 그를 통해 새로운 경제 파이프 라인을 구축할 수 있기를 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수년 간 SNS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어떤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가져다주는지 경험으로 습득했습니다.

남들이 아직 잘 모르는 새로운 것이 나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일수록 진정한 핫플이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눈길을 끌기 위해 서슴없이 자극적인 이슈를 던지기도 합니다.

K컬처보다는 J컬처를, 아이돌보다는 밴드를, 대기업 브랜드보다는 인디 브랜드가, 영화보다는 뮤지컬이 인기를 끕니다. 도파민 중독과 도파민 디톡스, 요아정, 두바이 초콜릿과 제로 슈거 트렌드, 숏폼과 필사 등 대치되는 성격의 트렌드가 함께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더 이상 트렌드를 살피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각 개인의 이러한 초차별화 니즈 때문입니다. 수백개의 다양한 취향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그 중 한 두가지로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할만큼 동시에 많은 것들에 열광하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본딩하며 그 외의 세상은 외면합니다. 심한 경우 혐오와 배척을 서슴지 않습니다. 수백가지 새로운 것들 가운데서 오히려 다양성은 사라져 가는 아이러니가 생겨납니다.바싹 마른 대지에서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들불이 번지듯이 누군가의 작은 불씨는 곧 그것이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여론인 것처럼 뉴스창을 뒤덮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은 얇아지고 동굴 속 연대로부터 터져 나온 목소리는 공격적으로 세상을 두드립니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눈에 띄거나 개성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깊고 안온한 동굴 속 세계에서 공감을 얻고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각 개인의 복잡한 취향과 정서적 요구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자극이 아니라, 섬세하고 명확한 공감의 접점입니다. 브랜드는 동굴 속에서 더 빛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되, 그들의 경계를 존중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바로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2025년 브랜드 전략이 무엇인지 더욱 구체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변화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변화 속에 살고, 종국에는 그 모든 변화에 적응해왔죠.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하나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참고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프리퍼드는 매년 한해 동안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경향성으로, “트렌드”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 2024년은 “불편유발사회”로 정의되었습니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자연 재해, 물가 상승, 새롭게 요구되는 생활 양식 등은 사람들의 매일을 더 힘들게 합니다. 나무위키에는 <2024년 한반도 폭우 사태>라는 문서가 새로이 등장했습니다. 단기간에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특히 중부권을 중심으로 평년치를 훨씬 웃도는 강수량이 기록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또 어떤가요? 올 겨울은 역대급 추위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들리는가 하면, 12월을 제외하면 포근한 겨울이 될 거라는 예보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팽배한 분열 역시 “불편유발사회”를 유발하는, 주요한 맥락으로 꼽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력을 키우고 누군가를 “나락으로 보내 버릴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논란거리에 대한 각 세력(!)의 날 선 대립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 속에서도 진영의 대립은 멈추지 않았으며,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며 읽지도 않을 책을 “과시용”으로 구매한다는 비아냥을 던지는 사람들은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연대하는 한편, 극렬하게 혐오합니다.

 “불편유발사회”를 정의하며 마지막으로 주목했던 것은 한계치 없이 자극적인 뉴스입니다. 사람들은 “뉴스”라는 것을 통해 누군가의 녹취록을 매일 듣고, 선명한 화질의 블랙박스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장면이란 거칠 것 없이 생생하게 두렵고 불쾌한 것들이라서 하루 종일 속이 얹힌 것 마냥 괴롭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진득히 들러붙어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좁히고 한 세대 전체를, 특정 직업군 전체를 일반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HEART”라는 단어로 압축하였었습니다.


2025년은 “동굴 속 사람들”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깊고, 안온한 세계

살짝 관심을 보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디깅(Digging)의 길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선생님 덕에 새로운 취향을 가지기도 참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시간 내어 어디를 찾아가지 않아도 요리도, 위스키도, 하다 못해 손뜨개도 누구나 척척 배울 수 있고요. 오늘 회사에서 겪은 찜찜한 일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봅니다. 주변에 전문가 지인이 없어도 SNS에서 “무물”하여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미, 정보, 하다 못해 진심 어린 공감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여 오히려 이 경계를 짚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세상”의 반경은 어떤 니즈에도 한계가 없을 만큼 넓고 광범위해졌습니다.

알고리즘 선생님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는 “캔슬컬처”는 우리의 디지털 세상을 한결 우호적으로 만듭니다. “언팔”, “뮤트”, “차단”, “관심없음”, “추천안함” 등을 통해 나의 관심사와는 상관없는 것부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 내가 지지하는 것과 반대의 지점에 있는 사람들을 너무도 간단하게 손절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 들고, 관심 없거나 싫은 것들은 단절시킬 수 있는 나만의 안온한 세상에 사람들은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극의 N극과 S극이 있는 것처럼, 아니 N극과 S극만이 있는 것처럼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찰싹 달라붙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를 만들 수 있고, 반대의 사람들과는 절대 섞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굴 속에서도 나는 가장 돋보이고 싶다

사람들은 성별, 나이, 직업 등 사회적 규정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인스타그램 돋보기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어색한 첫만남의 물꼬를 트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덕밍아웃”이 추천됩니다. SNS 이용자 수는 해마다 유의미하게 늘어나고 있지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세대별 SNS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의 90.6%가, 87.2%의 Z세대가, 65.3%의 X세대가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4분의 1(24.2%)도 SNS를 이용 중이라고 하네요. SNS 팔로워 수와 좋아요, 댓글의 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더 많은 “좋아요”를 좇아 모두가 잠정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세상입니다. <Z세대의 SNS 이용행동과 외모표현방식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MZ세대에게 SNS의 의미는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데 있는데 특히 자신의 외모, 소유물, 라이프스타일 등 남들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드러내는 ‘자기과시 동기’가 크고, 최근에는 개인의 생각과 의견, 가치 있는 순간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기노출 동기’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셀프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젠 제법 지루해진 MBTI의 뒤를 이어 뱅크샐러드의 유전자/미생물 검사가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심리검사, 뷰티 컨설팅 등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내가 입고, 먹고, 시간을 보내는 곳은 물론 나노 단위로 쪼개 본 나라는 사람의 특성, 더하여 나의 가치관을 소리 높여 주장함으로써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어합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SNS에 몰두하는 것. 이러한 현상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관련된 마케팅 용어만도 수도 없을 만큼 수년 전부터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알고, 어쩌면 당연한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이 현상들이 고도화되며 사람들의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고 이는 브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견고한 동굴 속에 있지만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선망 받기를, 더 나아가 그를 통해 새로운 경제 파이프 라인을 구축할 수 있기를 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수년 간 SNS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어떤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가져다주는지 경험으로 습득했습니다.

남들이 아직 잘 모르는 새로운 것이 나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일수록 진정한 핫플이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눈길을 끌기 위해 서슴없이 자극적인 이슈를 던지기도 합니다.

K컬처보다는 J컬처를, 아이돌보다는 밴드를, 대기업 브랜드보다는 인디 브랜드가, 영화보다는 뮤지컬이 인기를 끕니다. 도파민 중독과 도파민 디톡스, 요아정, 두바이 초콜릿과 제로 슈거 트렌드, 숏폼과 필사 등 대치되는 성격의 트렌드가 함께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더 이상 트렌드를 살피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각 개인의 이러한 초차별화 니즈 때문입니다. 수백개의 다양한 취향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그 중 한 두가지로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할만큼 동시에 많은 것들에 열광하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본딩하며 그 외의 세상은 외면합니다. 심한 경우 혐오와 배척을 서슴지 않습니다. 수백가지 새로운 것들 가운데서 오히려 다양성은 사라져 가는 아이러니가 생겨납니다.바싹 마른 대지에서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들불이 번지듯이 누군가의 작은 불씨는 곧 그것이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여론인 것처럼 뉴스창을 뒤덮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은 얇아지고 동굴 속 연대로부터 터져 나온 목소리는 공격적으로 세상을 두드립니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눈에 띄거나 개성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깊고 안온한 동굴 속 세계에서 공감을 얻고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각 개인의 복잡한 취향과 정서적 요구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자극이 아니라, 섬세하고 명확한 공감의 접점입니다. 브랜드는 동굴 속에서 더 빛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되, 그들의 경계를 존중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바로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2025년 브랜드 전략이 무엇인지 더욱 구체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변화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변화 속에 살고, 종국에는 그 모든 변화에 적응해왔죠.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하나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참고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프리퍼드는 매년 한해 동안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경향성으로, “트렌드”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 2024년은 “불편유발사회”로 정의되었습니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자연 재해, 물가 상승, 새롭게 요구되는 생활 양식 등은 사람들의 매일을 더 힘들게 합니다. 나무위키에는 <2024년 한반도 폭우 사태>라는 문서가 새로이 등장했습니다. 단기간에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특히 중부권을 중심으로 평년치를 훨씬 웃도는 강수량이 기록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또 어떤가요? 올 겨울은 역대급 추위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들리는가 하면, 12월을 제외하면 포근한 겨울이 될 거라는 예보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팽배한 분열 역시 “불편유발사회”를 유발하는, 주요한 맥락으로 꼽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력을 키우고 누군가를 “나락으로 보내 버릴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논란거리에 대한 각 세력(!)의 날 선 대립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 속에서도 진영의 대립은 멈추지 않았으며,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며 읽지도 않을 책을 “과시용”으로 구매한다는 비아냥을 던지는 사람들은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연대하는 한편, 극렬하게 혐오합니다.

 “불편유발사회”를 정의하며 마지막으로 주목했던 것은 한계치 없이 자극적인 뉴스입니다. 사람들은 “뉴스”라는 것을 통해 누군가의 녹취록을 매일 듣고, 선명한 화질의 블랙박스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장면이란 거칠 것 없이 생생하게 두렵고 불쾌한 것들이라서 하루 종일 속이 얹힌 것 마냥 괴롭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진득히 들러붙어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좁히고 한 세대 전체를, 특정 직업군 전체를 일반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HEART”라는 단어로 압축하였었습니다.


2025년은 “동굴 속 사람들”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깊고, 안온한 세계

살짝 관심을 보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디깅(Digging)의 길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선생님 덕에 새로운 취향을 가지기도 참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시간 내어 어디를 찾아가지 않아도 요리도, 위스키도, 하다 못해 손뜨개도 누구나 척척 배울 수 있고요. 오늘 회사에서 겪은 찜찜한 일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봅니다. 주변에 전문가 지인이 없어도 SNS에서 “무물”하여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미, 정보, 하다 못해 진심 어린 공감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여 오히려 이 경계를 짚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세상”의 반경은 어떤 니즈에도 한계가 없을 만큼 넓고 광범위해졌습니다.

알고리즘 선생님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는 “캔슬컬처”는 우리의 디지털 세상을 한결 우호적으로 만듭니다. “언팔”, “뮤트”, “차단”, “관심없음”, “추천안함” 등을 통해 나의 관심사와는 상관없는 것부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 내가 지지하는 것과 반대의 지점에 있는 사람들을 너무도 간단하게 손절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 들고, 관심 없거나 싫은 것들은 단절시킬 수 있는 나만의 안온한 세상에 사람들은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극의 N극과 S극이 있는 것처럼, 아니 N극과 S극만이 있는 것처럼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찰싹 달라붙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를 만들 수 있고, 반대의 사람들과는 절대 섞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굴 속에서도 나는 가장 돋보이고 싶다

사람들은 성별, 나이, 직업 등 사회적 규정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인스타그램 돋보기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어색한 첫만남의 물꼬를 트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덕밍아웃”이 추천됩니다. SNS 이용자 수는 해마다 유의미하게 늘어나고 있지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세대별 SNS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의 90.6%가, 87.2%의 Z세대가, 65.3%의 X세대가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4분의 1(24.2%)도 SNS를 이용 중이라고 하네요. SNS 팔로워 수와 좋아요, 댓글의 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더 많은 “좋아요”를 좇아 모두가 잠정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세상입니다. <Z세대의 SNS 이용행동과 외모표현방식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MZ세대에게 SNS의 의미는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데 있는데 특히 자신의 외모, 소유물, 라이프스타일 등 남들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드러내는 ‘자기과시 동기’가 크고, 최근에는 개인의 생각과 의견, 가치 있는 순간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기노출 동기’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셀프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젠 제법 지루해진 MBTI의 뒤를 이어 뱅크샐러드의 유전자/미생물 검사가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심리검사, 뷰티 컨설팅 등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내가 입고, 먹고, 시간을 보내는 곳은 물론 나노 단위로 쪼개 본 나라는 사람의 특성, 더하여 나의 가치관을 소리 높여 주장함으로써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어합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SNS에 몰두하는 것. 이러한 현상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관련된 마케팅 용어만도 수도 없을 만큼 수년 전부터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알고, 어쩌면 당연한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이 현상들이 고도화되며 사람들의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고 이는 브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견고한 동굴 속에 있지만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선망 받기를, 더 나아가 그를 통해 새로운 경제 파이프 라인을 구축할 수 있기를 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수년 간 SNS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어떤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가져다주는지 경험으로 습득했습니다.

남들이 아직 잘 모르는 새로운 것이 나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일수록 진정한 핫플이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눈길을 끌기 위해 서슴없이 자극적인 이슈를 던지기도 합니다.

K컬처보다는 J컬처를, 아이돌보다는 밴드를, 대기업 브랜드보다는 인디 브랜드가, 영화보다는 뮤지컬이 인기를 끕니다. 도파민 중독과 도파민 디톡스, 요아정, 두바이 초콜릿과 제로 슈거 트렌드, 숏폼과 필사 등 대치되는 성격의 트렌드가 함께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더 이상 트렌드를 살피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각 개인의 이러한 초차별화 니즈 때문입니다. 수백개의 다양한 취향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그 중 한 두가지로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할만큼 동시에 많은 것들에 열광하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본딩하며 그 외의 세상은 외면합니다. 심한 경우 혐오와 배척을 서슴지 않습니다. 수백가지 새로운 것들 가운데서 오히려 다양성은 사라져 가는 아이러니가 생겨납니다.바싹 마른 대지에서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들불이 번지듯이 누군가의 작은 불씨는 곧 그것이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여론인 것처럼 뉴스창을 뒤덮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은 얇아지고 동굴 속 연대로부터 터져 나온 목소리는 공격적으로 세상을 두드립니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눈에 띄거나 개성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깊고 안온한 동굴 속 세계에서 공감을 얻고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각 개인의 복잡한 취향과 정서적 요구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자극이 아니라, 섬세하고 명확한 공감의 접점입니다. 브랜드는 동굴 속에서 더 빛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되, 그들의 경계를 존중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바로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2025년 브랜드 전략이 무엇인지 더욱 구체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변화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변화 속에 살고, 종국에는 그 모든 변화에 적응해왔죠.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하나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참고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프리퍼드는 매년 한해 동안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경향성으로, “트렌드”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 2024년은 “불편유발사회”로 정의되었습니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자연 재해, 물가 상승, 새롭게 요구되는 생활 양식 등은 사람들의 매일을 더 힘들게 합니다. 나무위키에는 <2024년 한반도 폭우 사태>라는 문서가 새로이 등장했습니다. 단기간에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특히 중부권을 중심으로 평년치를 훨씬 웃도는 강수량이 기록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또 어떤가요? 올 겨울은 역대급 추위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들리는가 하면, 12월을 제외하면 포근한 겨울이 될 거라는 예보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팽배한 분열 역시 “불편유발사회”를 유발하는, 주요한 맥락으로 꼽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력을 키우고 누군가를 “나락으로 보내 버릴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논란거리에 대한 각 세력(!)의 날 선 대립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 속에서도 진영의 대립은 멈추지 않았으며,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며 읽지도 않을 책을 “과시용”으로 구매한다는 비아냥을 던지는 사람들은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연대하는 한편, 극렬하게 혐오합니다.

 “불편유발사회”를 정의하며 마지막으로 주목했던 것은 한계치 없이 자극적인 뉴스입니다. 사람들은 “뉴스”라는 것을 통해 누군가의 녹취록을 매일 듣고, 선명한 화질의 블랙박스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장면이란 거칠 것 없이 생생하게 두렵고 불쾌한 것들이라서 하루 종일 속이 얹힌 것 마냥 괴롭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진득히 들러붙어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좁히고 한 세대 전체를, 특정 직업군 전체를 일반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HEART”라는 단어로 압축하였었습니다.


2025년은 “동굴 속 사람들”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깊고, 안온한 세계

살짝 관심을 보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디깅(Digging)의 길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선생님 덕에 새로운 취향을 가지기도 참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시간 내어 어디를 찾아가지 않아도 요리도, 위스키도, 하다 못해 손뜨개도 누구나 척척 배울 수 있고요. 오늘 회사에서 겪은 찜찜한 일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봅니다. 주변에 전문가 지인이 없어도 SNS에서 “무물”하여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미, 정보, 하다 못해 진심 어린 공감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여 오히려 이 경계를 짚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세상”의 반경은 어떤 니즈에도 한계가 없을 만큼 넓고 광범위해졌습니다.

알고리즘 선생님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는 “캔슬컬처”는 우리의 디지털 세상을 한결 우호적으로 만듭니다. “언팔”, “뮤트”, “차단”, “관심없음”, “추천안함” 등을 통해 나의 관심사와는 상관없는 것부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 내가 지지하는 것과 반대의 지점에 있는 사람들을 너무도 간단하게 손절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 들고, 관심 없거나 싫은 것들은 단절시킬 수 있는 나만의 안온한 세상에 사람들은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극의 N극과 S극이 있는 것처럼, 아니 N극과 S극만이 있는 것처럼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찰싹 달라붙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를 만들 수 있고, 반대의 사람들과는 절대 섞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굴 속에서도 나는 가장 돋보이고 싶다

사람들은 성별, 나이, 직업 등 사회적 규정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인스타그램 돋보기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어색한 첫만남의 물꼬를 트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덕밍아웃”이 추천됩니다. SNS 이용자 수는 해마다 유의미하게 늘어나고 있지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세대별 SNS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의 90.6%가, 87.2%의 Z세대가, 65.3%의 X세대가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4분의 1(24.2%)도 SNS를 이용 중이라고 하네요. SNS 팔로워 수와 좋아요, 댓글의 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더 많은 “좋아요”를 좇아 모두가 잠정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세상입니다. <Z세대의 SNS 이용행동과 외모표현방식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MZ세대에게 SNS의 의미는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데 있는데 특히 자신의 외모, 소유물, 라이프스타일 등 남들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드러내는 ‘자기과시 동기’가 크고, 최근에는 개인의 생각과 의견, 가치 있는 순간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기노출 동기’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셀프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젠 제법 지루해진 MBTI의 뒤를 이어 뱅크샐러드의 유전자/미생물 검사가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심리검사, 뷰티 컨설팅 등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내가 입고, 먹고, 시간을 보내는 곳은 물론 나노 단위로 쪼개 본 나라는 사람의 특성, 더하여 나의 가치관을 소리 높여 주장함으로써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어합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SNS에 몰두하는 것. 이러한 현상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관련된 마케팅 용어만도 수도 없을 만큼 수년 전부터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알고, 어쩌면 당연한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이 현상들이 고도화되며 사람들의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고 이는 브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견고한 동굴 속에 있지만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선망 받기를, 더 나아가 그를 통해 새로운 경제 파이프 라인을 구축할 수 있기를 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수년 간 SNS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어떤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가져다주는지 경험으로 습득했습니다.

남들이 아직 잘 모르는 새로운 것이 나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일수록 진정한 핫플이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눈길을 끌기 위해 서슴없이 자극적인 이슈를 던지기도 합니다.

K컬처보다는 J컬처를, 아이돌보다는 밴드를, 대기업 브랜드보다는 인디 브랜드가, 영화보다는 뮤지컬이 인기를 끕니다. 도파민 중독과 도파민 디톡스, 요아정, 두바이 초콜릿과 제로 슈거 트렌드, 숏폼과 필사 등 대치되는 성격의 트렌드가 함께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더 이상 트렌드를 살피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각 개인의 이러한 초차별화 니즈 때문입니다. 수백개의 다양한 취향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그 중 한 두가지로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할만큼 동시에 많은 것들에 열광하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본딩하며 그 외의 세상은 외면합니다. 심한 경우 혐오와 배척을 서슴지 않습니다. 수백가지 새로운 것들 가운데서 오히려 다양성은 사라져 가는 아이러니가 생겨납니다.바싹 마른 대지에서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들불이 번지듯이 누군가의 작은 불씨는 곧 그것이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여론인 것처럼 뉴스창을 뒤덮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은 얇아지고 동굴 속 연대로부터 터져 나온 목소리는 공격적으로 세상을 두드립니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눈에 띄거나 개성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깊고 안온한 동굴 속 세계에서 공감을 얻고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각 개인의 복잡한 취향과 정서적 요구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자극이 아니라, 섬세하고 명확한 공감의 접점입니다. 브랜드는 동굴 속에서 더 빛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되, 그들의 경계를 존중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바로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2025년 브랜드 전략이 무엇인지 더욱 구체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